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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스케치

이윤만 좇다간 큰코다쳐 중국선 기업 품위지켜야

맥도널드는 2년 전 광고에서 한 중국인이 전자제품 외판원한테 할인해 달라고 무릎 꿇고 비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중국 시청자 가운데 80%는 광고를 본 후 중국인으로서 모멸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광고가 시청자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얘기다.

다국적기업들은 80년대 황금의 기회로 여겨졌던 중국에 적극 진출했다. 중국 소비자에게 이들은 경외와 존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2000년에 들어서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더 이상 다국적기업에서 기술 이전이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소비자들도 깐깐해졌다.

MIT 슬로언 매니지먼트 리뷰는 `중국에서 다국적기업에 대한 도전(The Challenge for Multinational Corporations in Chinaㆍ박승호ㆍ윌프레드 반호내커ㆍ2007년 5월호)`에서 품위 있는 기업이 돼야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품위를 잃은 사례 중 하나가 도요타자동차. 도요타는 2003년 두 차례 프라도GX 지면 광고에서 맥도널드와 비슷한 곤욕을 치렀다. 첫 광고는 돌 사자상이 프라도를 보고 절하는 장면이었다. 중국인들은 돌 사자상이 청일전쟁의 첫 무대인 베이징 루고다리를 연상한다며 분개했다. 두 번째 광고는 도요타 랜드 크루저가 싸구려 중국 자동차를 끌고가는 모습이었다. 중국인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며 강력히 항의해 결국 도요타는 광고를 회수하고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다국적기업이 곤욕을 치른 것은 중국 국민이나 정부가 다국적기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계화 시대에 중국 기업들이 갖춰야 할 표준을 다국적기업이 보여주길 원한다. 그런데도 다국적기업은 중국 문화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자주 실수를 범한다.

도시바는 노트북PC에 결함이 발견되자 미국 고객에게 15억달러를 지불하고 리콜했다. 중국 고객에게는 경제적인 이유로 수정 프로그램만 제공했다. 중국 구매자들이 이에 분노하면서 도시바 시장점유율은 19%에서 훨씬 밑으로 떨어졌다.

세계적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콜게이트와 P&G는 2005년 항균 물질인 트리클로산을 함유한 치약 판매가 영국에서 문제가 되자 철수했다. 그러나 중국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팔다가 중국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콜 게이트 브랜드 신뢰도는 1주일 만에 88%에서 9%로 떨어졌다.

크래프트의 캠벨 수프도 유전자로 조작된 콩을 원료로 했다가 나중에 사실을 안 소비자에게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는 광고에서 `최고`라는 수식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된 법규를 모르고 광고에 인용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AIG는 강압적인 보험 판매 행위를 했다가 중국에서 사업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유니레버는 1994년 중국 1위 치약업체인 맥심과 5년 리스계약을 체결했으나 3년 후 맥심 치약은 시장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이를 본 중국인에게 다국적기업의 적대적 인수ㆍ합병은 독점을 위한 횡포로 비치게 됐다.

다국적기업은 중국에서 체면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위신과 도덕성ㆍ결백성을 의미하며 품위 있는 기업을 말한다. 중국에서 인맥문화인 `관시(Guanxi)`가 있는데 이는 단순한 인간관계가 아니다. 단순히 얼굴만 아는 정도는 `런쓰`다. 관시는 오랫동안 서로 테스트하고 그 검증 과정을 통해 형성되며 돈도 개입된다.

복잡한 문화와 법규 등을 가진 중국에서 다국적기업이 살아 남으려면 전략 수립과 실천 과정에서 세계가 공감할 정도로 보편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저 돈만 벌려고 중국행을 고민하는 기업인은 다시 고려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