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스케치

베이징올림픽 공식 엠블럼-춤추는 베이징

HSK 2008. 8. 11. 19:47
베이징(北京)에서 이 디자인을 보지 않고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베이징올림픽 공식 엠블럼 '춤추는 베이징(Dancing Beij ing)'은 거리에도 TV에도 차고 넘쳤다. 붉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춤추는 사람을 그려넣은, 중국 디자이너 궈춘닝(郭春寧·50)의 작품이다.

"구상 과정에서는 한자와 조형미만 생각했다. 한자는 중국의 문화적 특징이 배어나는 상형문자고, 서예가 증명하듯이 그 자체로 예술 디자인이다. 배경은 도장(圖章) 형식으로 마무리했다. 도장은 중대한 책임, 무한한 신뢰를 상징한다."

그 는 베이징의 한인촌 왕징(望京)에 있는 디자인업체 AICI의 대표다. 사무실 입구에는 2003년 공모 당선작인 '춤추는 베이징'(상금 약 3000만 원)을 비롯해 공상(工商)은행, 중국석유 등 유명한 중국 기업들의 CI 디자인이 붙어 있었다. 올림픽 엠블럼에 대해 인(人)과 문(文)의 조합이라느니, 리본체조를 하는 여성이라느니, 결승선을 통과하는 육상선수라느니 해석이 여러 갈래라고 하자 그는 웃었다.
궈춘닝 AICI 대표가 자신이 디자인한 베이징올림픽 엠블럼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기본 출발은 경(京)이었다. 베이징을 가리키는 한자다. 가능한 한 추상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야 상상력이 들어올 수 있다. 엠블럼 속 사람은 스포츠 선수일 뿐 아니라 인류를 대표한다."

궈 춘닝은 중앙공예미술학원(현 칭화대 미술학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차이나데일리 광고디자인부에서 일하다 1991년 대학 친구들과 AICI를 창업했다. 서울올림픽 때 '88호돌이'를 그린 김현과 친구 사이라고 했다.

궈춘닝은 역대 올림픽 엠블럼들을 참고했다고 했다. 서울올림픽 엠블럼에 대해서는 "기억이 또렷하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담은 성공적인 디자인이었다"고 말했다. "내가 그린 엠블럼 속 사람은 두 팔을 넓게 벌리고 있다. 밝은 미래로 달려가는 모습이다."

A4 용지 한 장을 가져왔다. '춤추는 베이징'의 초벌 디자인이었다. '경(京)'이 갑골문자 '용'으로 변하는 과정도 보여주며 "두 달쯤 구상했는데 운이 좋아 순조로웠다"고 말했다. 후회는 없냐고 묻자 '이우즈징(藝無止境·완벽한 것은 없다)'이라는 사자성어로 답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적합한 게 최선이다. 이 엠블럼이 예술적으로 최고는 아니지만 올림픽 정신을 잘 반영해 선정된 것이다."

배경으로 쓴 붉은색은 중국을 대표하는 색이다. 궈춘닝은 "중국인들은 기쁜 날 붉은색 옷을 입고 홍등(紅燈)을 올린다"며 "희경(喜慶·기쁨)의 의미도 있고, 귀신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도 있고, 자기 띠가 돌아오는 해에는 1년 내내 빨간 속옷을 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붉은색을 싫어하는 민족이나 국가도 도장에 찍힌 붉은색은 받아들인다고 했다.

궈춘닝은 "5000년 문명이 중국의 문화적 힘"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금메달을 휩쓸면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자 "경쟁은 다 공평하다. 중국이 축구로 한국을 못 이기는 것과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