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스케치
베이징 서민들 삶
HSK
2008. 8. 21. 18:32
'상전벽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2008년 베이징의 현주소다. 지난 8일 열린 올림픽 개막식은 이런 '뒤집어진' 베이징을 알리는 '작은 무대'에 불과했지만 전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호주의 한 언론은 아예 '세계 8대기적'이라고 썼다. 중국은 이런 찬사에 흥분했고, 중화민족의 부흥을 선포했다.
하지만 베이징 한 복판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뜻밖에도 "쓰부꽌지" (事不關己)였다. 주변 환경이 조금 나아졌을 뿐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표정이었다.
택시기사 지지엔먼(齊建文ㆍ36)씨는 하루
궈진(郭普ㆍ22)씨는 중국 이동통신(CMCC) 직원이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새내기다. 한달 월급이 2,500위안으로 대졸 평균 초임수준이라는 궈씨는 "부모님과 함께 베이징 시내에 살고 있어 집세로 돈이 새지 않아, 매달 1,000위안을 저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패스트 푸드점에서 서빙을 담당하는 왕옌페이(王延飛ㆍ20)씨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한 경우다. 그의 한달 수입은 1,200위안. 대졸자의 절반수준이다. 회사에서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동료 5명과 함께 기거한다고 말했다. 한달 아파트 임대료는 3,000위안. 다행히 회사에서 집세는 대신 내줘,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왕씨는 "일반 식당 종업원 평균임금이 1,000위안인데 비해 자기는 200위안을 더 받고 있다"며 "고향의 부모님 벌이(800위안)보다 훨씬 많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영화 1편 보는데 60위안 넘게 들어 문화생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교에서 경비로 일하는 취루(瞿露ㆍ19)씨 역시 한달 수입이 1,200위안이다. 취씨는 "이중 절반을 고향의 부모님에게 보낸다"며 "학교 기숙사에서 숙식을 제공해줘 먹고 자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이 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자, 한결같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뜻인 메이샹(沒想)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임금의 그늘속에 갇혀 뾰족한 탈출구도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올림픽은 '한여름 밤의 꿈'인 듯 했다. 양 어깨에는 고단함이 배여 있었고 삶은 지쳐 보였다.
하지만 저마다 얼굴은 밝아 보였고 베이징 시민이란걸 자랑스러워 했다. 자신의 월급이 5,000위안 안팎에 불과하다고 '고백'한 칭화대의 한 교수는 "저렴한 교통비와 음식값 등 베이징 시가 그나마 시민들의 기본 생활을 보장해, 사회가 안정돼 있다"며 "연소득 2,500~6,000달러까지 폭 넓게 분포해 있는 1억6,000만명에 달하는 이들 보통사람들이 중국을 지탱하는 기둥"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