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인도 3국 협력 연대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미얀마에 제재나 압력을 행사하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러시아·인도·중국 3개국 외무장관들이 24일 중국 하얼빈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하얼빈 선언’을 채택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주도하는 미얀마 제재에 대해 반대입장을 공동 천명한 것이다. 이번 3국 외무회담은 2005년 6월 블라디보스토크, 지난 2월 뉴델리에 이은 사상 세 번째 만남이다. 우선 형식상으로는 앞으로 정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러시아·중국, 미국에 서운한 인도 적극 끌어들여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인도 간 송유관 건설계획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를 끌어들여, 3국 협력을 ‘과시’했다.
인 도의 팔라니아판 치담바람(Chidambaram) 재무장관은 22일 워싱턴에서 이란측 정부 관계자와 만나 “석유·가스를 보유한 이란에서 인도까지 송유관을 건설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안은 니컬러스 번스(Burns) 미 국무부 차관이 “미국은 인도가 이 송유관 건설에 대해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힐 정도로 미국에겐 민감한 문제다.
미국은 반대로, 지난 7월 인도의 원자로 22기 중 민수용 14기에 대해 국제사찰을 받는 조건으로 인도에 핵연료·기술을 제공하기로 핵협정을 맺었지만, 인도 야당이 계속 반대해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에 불만이 많다.
◆‘반미 속셈’ 제각각인 세 나라의 연대
‘하 얼빈 선언’을 한 세 나라는 제각각 다른 이유로 미국과 긴장 상태다. 러시아는 미국이 ▲체코·폴란드 등에 미사일방어(MD) 기지를 세우려 하고 ▲친(親)러시아 성향의 세르비아에서 알바니아계 코소보를 독립시키려는 것에 반발한다. 중국은 지난 18일 미 의회가 중국에서 분리·독립을 원하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Dalai Lama)에게 최고의 민간인 상인 ‘골드 메달’을 수여한 데 대해 흥분한다.
이렇게 다른 ‘속셈’ 탓에, 전문가들은 중국·러시아·인도 3개국이 완전한 형태의 반미(反美) 연대를 추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빅토르 크레메뉴크(Kremenyuk) 러시아 미국·캐나다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에 대항해 3국이 대립한다기보다는, 미얀마 등 공감대가 있는 이슈에서 공동 대처하되 나머지 사안들은 각자의 실익(實益)에 따라 3개국이 미국과 협력·견제를 되풀이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