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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스케치

중국기차 어린이 요금은 키순으로

최근 중국 어린이들의 체형이 커져 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키가 큰 아이들은 여지없이 또래들보다 2배의 차비를 내야 한다. 중국 기차의 소아 할인 기준은 우리나라처럼 나이가 아니라 키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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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황다오~톈진행 급행열차(快車), 톈진~친황다오행 특급열차(特快車), 베이따이허와 베이징을 직통으로 달리는 빠른열차(動車)는 속도와 시설의 차이와 크게 났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같이 열차 승강장에 벽에 그냥 지나칠 정도의 작은 금이 30㎝ 정도 간격으로 위아래에 2개가 그려져 있다. 자세히 보니 어른 허리 정도의 위치에 110㎝, 가슴 정도 높이에 140㎝라고 표기돼 있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7일 톈진행 열차안에서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소아할인 요금을 키가 110㎝이하면 전액 면제, 140㎝이하면 반액면제로 정하는 기준”이라고 한다. 이 승무원은 “대략 눈으로 훑어보면 어느 기준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다”면서 “그러나 키를 쟀을 때 기준선을 약간 넘는 것은 그다지 엄격히 따지지 않고 적당히 넘어간다”고 밝혔다. “현재 신장이 226㎝인 중국의 농구스타 야오밍 같은 경우는 어릴 시절부터 키가 너무 커서 차비를 엄청 많이 냈다”고 농담을 하나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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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베이징발 친황다오행 빠른열차 안에서 만난 큰 키의 여대생 까오지에씨(20, 북경체육대 2년)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인 요금을 내고 다녔다”며 웃었다. 역에 마중나온 그녀의 아버지는 한 190㎝는 넘어 보였는데, 딸자식 키우느라 교통비 꽤나 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키 측정은 열차를 탈 때 하기도 하고, 또는 객실에서 열차 승무원들이 표검사를 하다가 좀 커보이는 아이에게 키를 물어봤을 때 아이가 머뭇거리거나 보호자가 거짓말을 하는 듯이 보이면 곧바로 키를 재는 수순으로 들어간다.
 
눈 에 보이는 키로 할인요금을 매기므로 우리나라에서처럼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도 유치원생이라고 우겨 차비를 아끼는 일은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는 부모들이 자녀의 키를 못키워 안달이지만 중국 부모들은 혹여 아이들이 웃자라는 것을 반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중국 아이들이 서구식 식생활에 점점 길들여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키가 너무 웃자라는 것도 역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게 된 것이다.

스포츠칸